2025년 10월,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뱅크는 미국 달러가 구조적 하락 추세에 진입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지 사라벨로스와 팀 베이커가 이끄는 도이치뱅크 전략팀은 유로화가 2027년 말까지 달러 대비 1.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4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이자 블룸버그 서베이 중간값 1.15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달러 인덱스는 2025년 상반기에만 10.8% 하락하며 1973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 성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달러 약세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경상수지 적자) 악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혼란,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탈달러화 가속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이 도이치뱅크의 분석이다.reuters+7
미국 쌍둥이 적자 심화, 달러 신뢰 균열의 출발점
도이치뱅크가 달러 약세를 전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다. 2025 회계연도 미국 재정적자는 1조 8,000억 달러로, GDP 대비 5.8%에 달했다. 이는 전쟁, 경기침체, 국가 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국가부채는 2025년 10월 38조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은 98%로 50년 평균인 50%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americanactionforum+4

더욱 심각한 것은 이자 지급 부담이다. 2025 회계연도 국채 이자 비용은 9,700억 달러로 국방비를 초과했으며, 사회보장, 메디케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연방정부 지출 항목이 되었다. 2051년까지 이자 비용이 사회보장을 제치고 미국 예산의 최대 항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crfb+2
경상수지 적자도 구조화되고 있다. 미국은 1982년 2분기 이후 매 분기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 GDP 대비 -4.1%로 1980~1986년 평균 -1.3%의 3배 이상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쌍둥이 적자 상황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매입 의향이 감소하며,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marketwatch+4
도이치뱅크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적자 자금 조달 의향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이는 지난 수년간 축적된 대규모 미국 자산 보유의 점진적 청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재정부양책과 유럽 투자 증가가 달러 자산에서 유로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metal+4
2025년 4월 Liberation Day 관세 발표, 달러 신뢰 위기의 전환점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한 날, 미국은 180개국에 대해 기본 10% 관세와 양자 무역 불균형에 비례한 ‘상호주의적’ 추가 관세를 발표했다.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가장 광범위한 미국 관세 인상이었다.aljazeera+2
일반적으로 관세 부과는 자국 통화를 강세로 만드는 것이 경제 이론의 정설이다. 관세는 수입을 줄이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므로, 관세 부과국의 통화는 절상되고 상대국 통화는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18~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발표 때는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cepr
그러나 2025년 4월의 관세 발표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달러 인덱스는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으며, 4월 한 달간 거의 4% 하락해 2년 이상 만에 최악의 월간 성과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장 변동성 지수인 VIX가 급등하는 동안 달러가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금융 위기 시 달러는 안전자산으로서 강세를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VIX와 달러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ainvest+3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 이상 미국 자산을 ‘안전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되었다. 도이치뱅크는 “달러가 ‘신뢰 위기(confidence crisis)’의 광범위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 발표 후 3일 만에 S&P 500 지수에서 5조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으며, 미국 국채도 동반 하락해 정부 차입 비용이 상승했다.reuters+5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도 “달러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며 “달러가 장기간의 구조적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관세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의회에서 논의 중인 대규모 감세안이 향후 10년간 국가부채를 수조 달러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deutsche-bank+3
중앙은행 금 매입 1,000톤 돌파, 탈달러화 가속의 증거
달러 중심 체제 균열의 가장 명확한 증거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다.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연간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으며, 이는 2022년 이전 수준의 2배에 달한다. 2025년에도 약 900톤의 금 매입이 예상되며, 이는 4년 연속 평균 이상의 구매를 의미한다.equiti+3

세계 금 협의회(World Gold Council) 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76%가 5년 후 금 보유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73%는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의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초과했다. 현재 금은 전체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약 27%를 차지하며, 미국 국채는 약 4조 5,000억 달러 수준이다.indiatoday+1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인민은행은 2022년 11월부터 18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며 2025년 5월 기준 2,264톤의 공식 금 보유고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316톤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약 2,336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30%로 서방 제재 이전 22%에서 크게 증가했다. 폴란드 중앙은행도 2025년 연초 이후 가장 큰 금 매입국으로, 금 보유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discoveryalert+2
IMF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의 비중은 2025년 1분기 58.4%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비록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하락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외환보유고 재배분의 상당 부분이 위안화와 기타 통화로 이동했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탈달러화 추세는 금 수요 증가다.jpmorgan+1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자산 매각, 사상 유례없는 속도
도이치뱅크는 해외 투자자들이 “사상 유례없는 속도(unprecedented pace)”로 달러 익스포저를 축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사라벨로스가 이끄는 도이치뱅크 외환 전략 팀은 미국 외 지역에 상장된 약 400개의 미국 자산 ETF로의 일일 자금 흐름과 광범위한 투자펀드의 주간 데이터를 분석했다.idnfinancials+1
분석 결과, 트럼프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 보유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주일간 시장이 소폭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산 매입이 “급격히 중단(sharp halt)”되었다. 사라벨로스는 “데이터가 두 가지 우려스러운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급격히 둔화되거나 지속적인 적극적 투자철회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idnfinancials
역사적으로 미국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도이치뱅크 추정에 따르면 유럽의 미국 자산 소유 비중은 2010년 약 5%에서 2024년 20%로 증가했으며, 일본의 소유 비중도 16%로 두 배가 되었다. 그러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달러 가치와 미국 자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채권에서 공격적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EPFR 데이터가 보여준다.idnfinancials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을 매입할 때 통화 헤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즉, 미국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달러 익스포저는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지만, 달러 자체의 가치 하락 리스크는 헤지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bloomberg
도이치뱅크는 이러한 추세가 “수십 년간의 미국 예외주의가 침식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장이 계속해서 달러에서 멀어지면서 “극단적인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정책 규범”이 시장 혼란과 체제 붕괴 리스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news.futunn+2
유로 1.30과 엔화 115 전망, 다극화 시대의 통화 재편
도이치뱅크의 수정 전망은 달러 약세가 얼마나 광범위할지를 보여준다. 유로화는 2027년 말까지 달러 대비 1.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불과 한 달 전 목표치 1.15에서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15엔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한 달 전 목표치 125엔에서 크게 수정된 것이다.bloomberg+3
영국 파운드는 달러 대비 1.45까지 상승해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캐나다 달러는 미국 달러당 1.25로 강세를 보여 2022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치뱅크는 구매력평가(PPP) 측면에서도 유로/달러의 1.25~1.30 범위가 경제 정책 차이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균형 수준이라고 설명했다.ainvest+3
유로화 강세의 핵심 동력은 세 가지다. 첫째, 독일의 역사적인 재정부양책이다. 통일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 및 인프라 투자가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자본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둘째, 탈달러화 추세다.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제재 남용,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유로 같은 대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셋째, 유로존의 안전자산 유입 증가다. 외환보유고 관리 기관들이 유럽 투자를 늘리려는 의향이 커지고 있다.moomoo+3
그러나 리스크도 존재한다. 미국이 예산을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무역 긴장이 완화되면 달러 약세가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유로존 내부의 정치적 불확실성, 특히 프랑스의 정부 위기와 독일 제조업의 실망스러운 데이터가 유로 강세 모멘텀을 제한할 수 있다.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관리자들도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활동 우위와 금리 차이가 달러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centralbanking+2
연준 통화정책도 변수다. 도이치뱅크는 향후 12개월간 5차례의 25bp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반면, ECB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추가 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달러 약세를 가속화할 요인이다.deutsche-bank
도이치뱅크는 이러한 전망이 “단기적 반등이 아닌 다년간의 추세”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경기 둔화 사이클, 그리고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재편이 결합되면서 달러는 10년 이상 지속되어온 강세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중심 체제의 균열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다극화 통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도이치뱅크는 결론 내렸다.reuters+6